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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점자, 훈맹정음, 박두성: 시각장애인의 세종대왕

by 점자 사랑 2025. 1. 15.

한글점자의 역사는 우리나라 시각장애인 교육의 역사와 맞닿아 있습니다. 1926년 11월 4일, 박두성 선생이 창안한 '훈맹정음'은 시각장애인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한글점자의 탄생 배경, 훈맹정음의 특징, 그리고 박두성 선생의 업적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한글점자, 훈맹정음, 박두성
한글점자, 훈맹정음, 박두성

1. 한글점자의 탄생과 발전

한글점자의 역사는 18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미국인 선교사 홀(Rossetta Sherwood Hall)이 뉴욕포인트를 변형하여 만든 '평양점자'가 최초의 한글점자였습니다. 하지만 이 점자는 자음의 초성과 종성이 구별되지 않는 등 여러 문제점이 있어 널리 사용되지 못했습니다.

이후 1913년 조선총독부가 제생원을 설립하고 일본의 6점 점자를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제생원에서 교사로 근무하던 박두성 선생과 제자들이 비밀리에 조선어점자연구위원회를 조직하고 한글점자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7년간의 연구 끝에 1926년 11월 4일, 마침내 '훈맹정음'이 탄생하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이 과정에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박두성 선생과 그의 제자들의 끈기와 열정입니다. 일제강점기라는 어려운 시기에, 그것도 비밀리에 연구를 진행했다는 사실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이런 노력이 없었다면 우리나라 시각장애인들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2. 훈맹정음의 특징과 원리

훈맹정음은 '눈먼 이들을 위한 바른 소리'라는 뜻으로, 세종대왕의 훈민정음에서 착안한 이름입니다. 박두성 선생은 훈맹정음을 만들 때 세 가지 원칙을 세웠습니다. 첫째, 누구나 배우기 쉬워야 한다. 둘째, 점의 개수가 적어야 한다. 셋째, 글자끼리 서로 헷갈리지 않아야 한다.

훈맹정음의 가장 큰 특징은 6점식 점자라는 점입니다. 세로 3점, 가로 2점으로 이루어진 6개의 점을 조합하여 글자를 만듭니다. 자음 첫소리는 기본점의 원리를 이용했고, 받침은 첫소리를 좌우 또는 상하로 이동시켜 만들었습니다. 모음은 대칭성을 이용해 글자를 만들었죠.

또 다른 특징으로는 초성 'ㅇ'을 생략한다는 점과 풀어쓰기 방식을 사용한다는 점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글'은 'ㅎㅏㄴㄱㅡㄹ'로 표기합니다. 이런 특징들 덕분에 훈맹정음은 매우 효율적이고 배우기 쉬운 점자 체계가 되었습니다.

훈맹정음의 이런 특징들을 보면 박두성 선생이 얼마나 세심하게 시각장애인들의 필요를 고려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특히 풀어쓰기 방식은 정말 획기적인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하면 글자 조합을 외울 필요 없이 각 자음과 모음만 알면 되니까요.

3. 박두성: 시각장애인의 세종대왕

박두성 선생(1888-1963)은 인천 강화군 교동면 출신으로, 1906년 한성사범학교를 졸업한 후 교사로 일하다가 1913년 제생원 맹아부(현 서울맹학교)에 부임하면서 시각장애인 교육에 헌신하게 됩니다. 그는 시각장애인들이 일본어 점자만 배우는 현실을 안타깝게 여겨 한글점자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훈맹정음을 창안한 후에도 박두성 선생의 노력은 계속됐습니다. 그는 직접 시각장애인들을 찾아다니며 교육을 하고, 점자 책을 만들어 보급했습니다. 특히 10년에 걸쳐 신약성경을 점자로 옮기는 대작업을 완성하기도 했죠. 은퇴 후에는 자택에 점자 도서관을 만들어 시각장애인들이 언제든 찾아와 책을 볼 수 있게 했습니다.

박두성 선생의 삶을 보면 정말 감동적입니다. 그는 단순히 점자를 만든 것에 그치지 않고, 평생을 시각장애인 교육과 복지 향상에 바쳤습니다. 이런 분이 계셨기에 오늘날 우리나라 시각장애인들의 삶의 질이 크게 향상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도 박두성 선생처럼 주변의 소외된 이웃들을 돌아볼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요?

한글점자, 훈맹정음, 박두성. 이 세 가지 키워드는 우리나라 시각장애인 교육의 역사를 대표합니다. 박두성 선생이 창안한 훈맹정음은 시각장애인들에게 문자를 통한 소통과 학습의 길을 열어주었습니다. 그의 노력 덕분에 시각장애인들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되었죠.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점자 표지판, 점자 책, 점자 안내문 등은 모두 박두성 선생과 같은 분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우리도 그들의 뜻을 이어받아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데 동참해야 하지 않을까요? 예를 들어, 점자 메뉴판이나 점자 상품 설명서 제작에 관심을 갖거나, 시각장애인을 위한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한글점자의 역사를 알게 되니, 우리 주변의 점자들이 새롭게 보입니다. 이제 점자를 볼 때마다 박두성 선생의 헌신과 노력을 떠올리게 될 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 그의 정신을 기억하고, 더 포용적인 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힘을 보탭시다.